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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밑동에 선명한 구멍이 나 있는 모습
■ "초여름인데 우리 동네 나무는 왜 앙상할까?"

무더위를 앞둔 초여름입니다. ‘신록이 우거진다’는 표현이 알맞은 계절입니다. 그러나 초여름의 상징과도 같은 푸르름을 잊어버린 나무들이 있습니다. 한 달 전부터 전북 전주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전북 전주시 중화산동의 한 주택단지를 찾았습니다. 주민들은 지난달 초부터 이해가 되지 않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조경을 위해 심어둔 느티나무 여러 그루에서 잎이 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의 느티나무 다섯 그루는 초여름이 아니라 한겨울처럼 앙상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끝에 관계기관에 연락했고, 전라북도 산림환경연구소에서 현장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앙상한 나무에서는 대부분 공구로 낸 것으로 추정되는 구멍들이 발견됐다
■ 전문가 "제초제 투입해 나무를 죽인 것으로 추정"

산림환경연구소가 내린 결론은 주민들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나무에 제초제를 넣은 것 같다. 나뭇잎이 위축되거나 새 잎이 나왔다가 낙엽이 되는 증상은 제초제 영향으로 보인다.'

결과를 받아든 주민들은 나무를 자세하게 살펴봤습니다. 나무 밑동에서는 공구로 뚫은듯한 구멍이 공통적으로 발견됐습니다. 누군가 이 구멍에 제초제를 넣었을 것이라고 주민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북 산림환경연구소는 KBS와의 통화에서 “일반적인 제초제는 아니고 나무를 고사시키려고 사용하는 약이 따로 있다. 단 한 번만 투입해도 한 달 만에 나무를 고사시킬 수 있는 제초제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혹시 모를 병충해 가능성에 관해서 묻자 “조사한 나무들의 병충해 피해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 최근 전주 곳곳에서 '나무 훼손 사례' 이어져

이미 전주의 다른 곳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전주시 평화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밑동에 구멍이 뚫린 나무들이 30그루 넘게 발견됐고, 전미동의 한 농촌 마을에서도 가로수 10여 그루 밑동에 구멍이 난 나무들이 나왔다는 주민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한 나무에서 4~5개의 구멍을 고의로 낸 사례도 나왔습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사람의 흉터마냥 나무에도 여러 개의 흉터가 났고, 생기를 잃어갔습니다.

한 나무에서만 최대 5개의 구멍이 발견됐다
주민들은 “멀쩡한 나무에 구멍을 낸 사람을 꼭 잡아야 한다”며 경찰에 신고까지 했지만, CCTV나 목격자가 확보되지 않아 수사에 진전이 없습니다. 사용한 제초제의 정확한 제품명을 알아내려고 해도 이미 휘발된 상태라 증거 수집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일부 공동체에서는 ‘주변인 중에 누군가 한 것 같다’며 암암리에 특정인을 지목하는 등 주민 사이에 의심하는 일마저 벌어져 안타까움을 낳고 있습니다.

■ '나무 훼손'은 엄연한 범죄

누군가 조경수를 일부러 훼손했다면 재물손괴, 가로수의 경우라면 산림법 위반으로 입건될 명백한 범죄입니다. 말없이 항상 같은 자리를 지키는 나무는 엄연한 생명체입니다. 소리를 못 내도 고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주민들은 상처 입은 나무들을 어루만지며 누군가 또 우리 동네에 이런 짓을 벌이지는 않을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