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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사자 암수 한 쌍이 사육사를 공격해 숨지는 과정에서 서울시설공단 측의 119 늑장 신고와 안전관리 수칙 부재 등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어린이대공원을 관리하는 시설공단은 사육사 김모(52)씨가 사자 방사장 안에서 목 등에 큰 상처를 입은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도 24분이 지나서야 119에 신고했다.

2인1조 근무 수칙 등 규정 없이 또 다른 사육사 한 명이 휴무라는 이유로 이날은 숨진 사육사 김씨 혼자서 맹수류를 관리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 11월 말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사육사가 호랑이에 물려 숨진 초유의 '호환'(虎患) 사고를 겪은 뒤 안전매뉴얼을 강화했다고 발표했지만 안전수칙 부재는 여전했다.

◇'잃어버린 24분'…사육사 발견 후 뒤늦게 119 신고접수 = 시설공단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동물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이 끝난 뒤 오후 2시 15분께 사육사 김씨가 방사장 안에 놓여 있던 종이모형을 치우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쓰러진 김씨를 오후 2시 25분께 맹수사 내실 소방점검 담당자인 이모씨가 발견했다.

이씨는 "방사장 안에 김씨가 하의가 벗겨진 채 뒷모습을 보이며 쓰러져 있었고 그 주변을 암컷과 수컷 사자 한 쌍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단 측으로부터 119에 사고 신고가 접수된 것은 이로부터 24분이 지난 오후 2시 49분이었다. 시설공단 측은 맹수에 물려 출혈이 심한 김씨가 119구조대가 도착하기까지 24분간이나 방치돼 있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늑장신고'에 대해 어린이대공원 인영주 사육과장은 "최초에 무전으로 연락을 받고 동물을 마취해 제압하고 사람을 구조해야겠다는 생각뿐이어서 (119 신고까지) 시간이 걸렸다"며 "마취총을 가지러 간 사이에 다른 직원들이 방사장에 있던 사자를 내실 안으로 들여놨다"고 해명했다.

◇7명 사자 사육사 혼자 관리…안전수칙 매뉴얼 '無' = 호랑이, 사자, 표범 등 어린이대공원의 맹수류를 관리하는 사육사는 총 2명으로 평소에는 통상 2인1조를 이뤄 근무한다. 그러나 반드시 짝을 이뤄 두명이 관리해야 한다는 매뉴얼은 없었다.

실제로 사고 당시 사육사 김씨는 혼자 근무 중이었다. 나머지 한명의 사육사는 정기 휴무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안찬 어린이대공원장은 "일년 내내 사육사 두명이 맹수류를 관리하다보니 휴무일 등으로 인해 일주일에 두 번은 사육사 한 명이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숨진 사육사 김씨는 동료 사육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변을 당하고 홀로 방치돼 있었던 것이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오늘은 사육사 혼자 근무하는 날이었지만 동물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해오던 것이었기 때문에 미루거나 취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년여 전 '호환' 뒤에도 매뉴얼 안지켜져 = 서울시는 2013년 11월 24일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호랑이가 사육사를 공격해 숨지게 한 사고 이후로 안전관리 매뉴얼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서울시는 직원들이 2인 1조로 근무하며 매일 안전수칙을 읽고 근무에 임하도록 매뉴얼이 바꿨다. 또 사육사가 우리에 들어갈 때는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상시 무전기를 휴대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날 사자 방사장에서 숨진 사육사 김씨는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평상복을 입고 있었고, 2인1조가 아닌 혼사 근무 중이었다. 1년여 전 서울대공원의 안전관리 매뉴얼이 전혀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인영주 사육과장은 "동물원마다 각각 고유의 매뉴얼이 있기 때문에 어린이대공원 실정에 맞게 매뉴얼을 만들었고 그것에 따르고 있다"며 "2인1조 근무수칙, 안전복 착용 등으로 구성된 과천 서울대공원의 매뉴얼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